
왜 수영 씨를 뽑았냐고 물었죠?
아, 네.
이래서 뽑았습니다.
네?
망자와 산 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것 같았거든요.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_277p
슬픔과 현실, 망자와 산 자, 그리고 나의 균형
언제나 내 마음속에 어떠한 형태로 살아 있는 당신.

애매한 위치에 붙어 있는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장례식장 근처 공동묘지에서 붙인 구인 공고였다.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_21p
삼촌과 둘이 함께 살던 수영은 갑작스러운 삼촌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서 날을 새고 있었습니다.
삼촌의 사인은 지주막하출혈, 삼촌에게 더 관심을 표현하고 이것저것 물어봤으면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뒤로하고 수영은 눈앞에 닥친 장례식장 비용이 걱정이었다.
조의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용에 아르바이트도 잘려 막막해 했습니다.
그때 수영의 눈에 들어온 근처 공동묘지 '무덤 관리인'의 공고 그리고 월급에 눈을 사로잡혀 그 길로 면접을 보러 갑니다.
상복을 입고 야밤에 면접을 보러 간 수영 때문에 공동묘지 관리소장은 화들짝 놀랐지만 수영은 결국 합격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만약 그게 노림수였다면 제대로 먹혔네.
우리 소장님이 그러시더라. 처음에는 깜짝 놀랐는데,
상복 입은 사람을 차마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고."
"그렇게 놀라신 것 같지는 않았는데요."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_26p
신입은 모든 근무조를 돌아가면서 수행한 후 수습 기간이 끝나면 한 근무조를 골라 일을 수행하게 됩니다.
수영의 첫 근무는 특별 1조로 같은 시간 근무자이자 첫 사수가 된 동윤과 함께 일을 시작합니다.
공동묘지 옆에는 수목장림으로 묘지 세 층이 수목장림 한 층꼴입니다.
그래서 묘지 쪽은 세 번째 줄까지 0.1을 더해 1층, 1.1층, 1.2층 ~ 6.2층까지 있습니다.
또한 숫자 4에 대한 미신으로 4층과 봉분 번호에도 4는 없습니다.
수영은 동윤과 함께 손님의 애완 개구리도 잡고 밸브를 열어 봉분에 물도 주고 일에 대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곳에 공동묘지가 생긴 이유와 반대쪽 산 아래에는 학교가 있고
원래는 놀이터를 만들려고도 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근무 시간이 다 됐을 즈음 직원이 만난 방문객을 기록하는 방문객 명단과
방문객이 직접 기입하는 방명록을 비교하는 것을 배우며
서류 작업도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하고, 밸브도 원격 제어가 아닌
직접 손으로 하는 것에 대해 동윤이 장난을 치며 얘기를 꺼냅니다.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무덤 관리의 서비스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망자는 말이 없으니
무덤을 찾아오는 유족 혹은 기타 방문객들이 편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서비스를 우선하기에 구식 방법을 고수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수영의 무덤 관리인 첫날은 공동묘지의 여러 사정과 근무 시간 내에 해야 하는 일을 배우고
사람을 대하는 것의 방법을 생각하며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주간 근무,
원래 주간 근무자인 상원은 모종의 이유로 한 시간 일찍 출근했는데
신입인 수영은 30분 일찍 출근해 그가 하던 일을 방해하고
동윤이 상원을 부르던 '부소장님'이라는 호칭으로 그를 불렀는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므로 최악의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의 나무람에도 수영은 동윤이를 감쌌고 성실한 수영의 태도에 그녀에 대한 태도가 누그러졌습니다.
출근 카드를 찍고 일을 배우러 나가며 수영은 상원의 말투와 표정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삼촌은 항상, 악의가 있는 말과 없는 말을 구분하는 기준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했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사람이 마찬가지로 기분 나쁜 말을 하면 악담이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기분 나쁜 말을 하면 그냥 서툰 사람일 뿐이라고,
무엇이 서투르냐는 어린 수영의 질문에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혹은 대화하는 게 서툰 사람이 있다고 했다.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_64p
상원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한 수영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분명 주간 근무에 대한 배움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전부 선주 씨가 근무하는 특별 2조에 대한 이야기였다.
계속 듣고만 있다가 수영은 신기한 표정으로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아시냐는 물음에
상원은 임기응변으로 단톡방에서 보고된 사항이라고 수영에게 말해줬습니다.
이젠 직원이 된 자신이 없는 근무자 단톡방이 있다는 사실에 수영은 깜짝 놀라 눈이 커져 상원은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원래 신입들은 무덤에 소복이라는 귀신과, 도깨비불이 나타난다는
사실과 무서움에 금방 그만 두기에 몇 달 후에 초대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상원의 위로보다 수영은 귀신의 존재가 더 궁금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삼촌도 이 공동묘지에 묻혀 있기에 귀신으로라도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후 어제 다 못한 봉분에 물을 주는 작업을 하고 봉분을 관리하는 예초에 대한 것도 배웠습니다.
또한 특정 봉분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봉분은 한눈에도 눈에 띌 정도로 지저분했지만, 고객의 요청이 우선이었기에 직원들은 예초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영은 근무를 하며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처음에만 퉁명스러웠던 상원과 첫 주간 근무를 끝마칩니다.
첫 사수 동윤과의 특별 1조 근무, 퉁명스러웠고 모종의 이유로 선주 씨에 대해 잘 아는 상원과의 주간 근무,
이후 대인기피증을 갖고 있는 선주 씨와의 특별 2조 근무, 소장의 사정과 공동묘지,
학교, 교장과의 관계를 알게 되는 야간 근무,
그리고 초과 근무까지 공동묘지에서 일하게 된 수영은 여러 직원과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신이 처음에 어려워했던 사람을 대하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공동묘지라는 이미지와 달리 칙칙하고 어둡운 이야기가 아닌 신입 직원 수영의 좌충우돌 즐거운 이야기로
끝을 맺는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은 '내'가 아닌 '너'를 위한 태도를 알려줍니다.
제가 야간 조를 선택하길 바라시는군요?
-
이러지 않으셨어도 1지망은 야간 조였다고요.
그랬습니까?
이유는요?
-
고객님도 만나고 고인에게도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근무조니까요.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_275p
그곳에는 망자와 산 자를 위한 활기차고 매력적인 직원들이 있습니다.
어둡지만은 않은 공동묘지

'삼촌을 잃은 수영이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무덤 관리인.'
프롤로그를 읽게 된다면 여러 독자는 아마 어두운 이야기의 시작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덤, 고인, 장례식장. 세 단어로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는 별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밤하늘의 깊이일 것입니다.
이런 이미지와 반대로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는 칠흑 같은 어둠 속 한줄기 빛 같은 활기참을
수영과 무덤 관리 직원들을 통해 열렬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복을 입고 면접장에 등장한 수영, 근무 날 처음으로 한 것은 미끄덩한 청개구리 잡기, 동윤과 아이들을 대하고
그 아이들과 친해 보이는 동윤의 데굴데굴 놀이, 소복씨와 도깨비불 귀신에 대한 소문 등..
이야기를 이루는 여러 소재들은 재미나고 으스스함은 무덤 관리인에게 지루할 틈조차 선사하지 않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자의 하루>를 통해 우리는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손에 잡히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처럼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수히 많다는 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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