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arStar🐻‍❄️

길을 잃었을 때나, 길을 찾고 싶을 때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나는 북극성처럼 길을 알려드릴게요.

한국과학문학상 대표작가 엔솔러지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작가의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polarstarbear 2025. 9. 2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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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 님이 건넨 토큰들은 저희 집 거실의 장식장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들은 작고 사소한데, 엄청난 존재감으로 다른 세계 전체를 투사하지요.

노바 파우치가 많은 사랑을 받은 세계.

확장판이 계속해서 출시된 세계.

반투막 너머에 있는 수많은 세계들.

그러나 그곳에 실재하는 토큰들은 자신의 질량 전체를 동원해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세계는 정말로 있다고.

이 토큰이 품고 있는 허구는 분명 현실이라고요.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_46-47p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는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수상을 하신 작가님들의 단편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각자 다른 소재로 한 권에 다섯 가지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독자들은 다섯 번보다 더 많은 상상과 허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반투막을 넘어 다른 세계에서 온 토큰처럼 이 이야기는 어느 곳에선 '실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이 품고 있는 허구는 분명 실재일겁니다.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다섯 가지의 소재, 다섯 가지의 이야기, 우리의 수많은 상상

 

김초엽의 첫 번째 이야기, 비구름을 따라서🌧️

초대장, 누군가의 악질적인 장난이라고 보민은 생각했다.

초대장은 아파트 현관문 앞에 보란 듯이 놓여 있었고,

추도식 초대장이라기에는 다소 밝은색의 봉투에 담겨 있었다.

"최이연의 추도식에 참석해 주세요."

날짜는 일주일 뒤, 보낸 사람은 최이연이었다.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_9p

온라인 보드게임 카페 모임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만난 두 사람은 '노바 파우치'라는 보드게임을 합니다.

파우치 안에 들어 있는 물건 토큰과 속성 토큰을 뽑아 합쳐서 현실에 없는 물건을 만드는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상상한 물건이 자연스럽게 쓰일 법한 가상의 세계나 사회를 지어내면 통과가 됩니다.

보민은 이연과 이 게임을 하면서 묘한 편안함과 그에게 이끌렸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지만,

계속 만나지 못했고 우연히 보민이 회사의 하청 업체에 들렸을 때 거기서 일하는 이연과 만나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만남을 거듭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연은 보민의 집에서 룸메이트로 같이 살게 됩니다.

각자 양보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동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연은 빗길에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정실장은 노바 파우치를 만든 제작자입니다.

보드게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노바 파우치를 만들며 큰 성공을 꿈꿨으니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노바 파우치가 부모가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게임이라는 게 유행되면서 그래도 어찌저찌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정실장은 비구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연과 노바 파우치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현실에서의 교류는 없었습니다.

그저 제작자와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관계였습니다.

승희는 이연과 놀이공원에서 같이 일하며 만난 사이입니다.

이연은 이때부터 이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물건을 찾아 나섰고,

승희는 도벽이라는 습관 때문에 주변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했지만, 이연과 함께 물건을 찾아다니며 친하게 지냅니다.

물건을 찾아 특이한 전당포에도 가며 한동안 어울리지만, 둘은 결국 승희가 물건을 찾지 않게 되며 멀어지게 됩니다.

셋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연의 추도식 편지를 받고 허름한 공장에 모이게 됩니다.

다른 세계에서 특이한 모습을 하고 반투막을 통해 넘어오는 물건들을 찾아다니며 쌓아둔 이연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투둑,, 투둑,, 하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이연은 뭔가 소리가 어색하다 싶어 공장에 마련된 의자 뒤에 앉아 있다 공장 벽을 만지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다닙니다.

이연이 찾아다닌 물건들은 대체 무엇이고, 소리의 근원지는 어디일까요?

 

천선란의 두 번째 이야기,우리를 아십니까🫂

이혼하기 싫어서 스스로 죽어버린 아내와 내가,

거북이를 바다에 방생한 기록을 담았다.

더 짧게는 좀비가 된 두 여자와 거북이의 기록이다.

거북이 이름은 장수풍뎅이. 줄여서 장풍.

우리의 이름은...,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_93p

아내와 연극을 보고 모텔을 가고 법적 부부가 됐을 때 서로를 사랑했고, 행복만을 바랐다.

하지만 나는 뇌종양으로 1년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간호사로 일하며 동료였던 의사에게 말이다.

존엄사 센터로 오고 어떻게 지냈는지가 까무룩 하다. 존엄사를 기다렸는지, 아내의 선택을 기다렸는지...

아내에게 향하다 발에 뭔가가 툭 치여 들어보니 병원에서 해코지하는 사람을 방지하고자 아내가 산 녹음기였다.

녹음기를 듣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손톱이 아무런 저항 없이 손가락에서 툭하고 떨어졌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의 손은 푸석푸석하고 내 손을 먹기 위함인지 물기 위함인지 자기 입으로 갖다 댔다.

산 사람이 아니면 먹지 않는지 내 손을 내려놨다. 아내의 머리카락을 만지자 머리카락도 우수수하고 떨어졌다.

녹음된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뿐이다. 내가 진짜 생각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카트에 아내를 싣고 화장실에서 존엄사 센터 지하 아쿠아리움에 있던 올리브각시바거북이, 우리에겐 장풍이다.

장풍이도 카트에 담아 풀어주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계속해서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다.

뇌종양 치료제를 가지러 온 군인을 도와주려다 그가 나를 물었고,

아내는 편의점에 갔다가 혼자 있는 어린이를 보고 도와주려 했다가 방심한 사이에 물렸다.

세상이 망하고 있는지, 지구는 버려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행성이 되었고,

존엄사를 택했으니 부활한 나와, 감염되어, 변하기 전에, 스스로 약을 놓고 죽어버린 네가 전부 뭍의 진실이라면,

나는 물에 있으려고, 진실을 밟을 바에야 외면한 채 익사하려고, 우리는 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끊임없이

기울어진 땅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살았으니 이제 그만 버텨도 되지 않겠느냐고, 지켜보는 인간이 없으니

그건 추락이 아닐 거다. 우리를 보고 물에 뛰어들었다고 외칠 사람이 없으니, 우리는 그걸 다이빙이라 불러도 좋을 거야.

한때는 부부이자 서로의 아내였으며, 이제는 아는 사람 없이 바다로 향하는 여정.

뇌종양 치료제와 바이러스의 상관관계가 있었던 것인가. 나는 알 수 없는 의지를 지닌 좀비이다.

우리가 바라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김혜윤의 세 번째 이야기,오름의 말들🐌

하지만 당신이 여기 있겠다면.

다른 데로 갈 수 없어서 든, 달리 갈 곳이 없어서 든.

어떤 이유로든 이곳에 남겠다면.

나도 여기 머무를 거예요.

나는 떠나지 않을 거예요.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_199p

2년 전 세계 각지에 우주에서 떨어진 거대한 달팽이 모양이를 한 산 같은 존재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전기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희정은 이진법으로 이들과 의사소통을 하게 됐고,

전 세계에서 첫 의사소통을 한 한국에서 이들을 '오름'이라 지칭했습니다.

류는 오름 연구소에서 통역을 하기 위해 새로 오게 된 인원입니다.

처음에는 오름과의 소통이 어려웠지만, 연구소 직원들의 도움과 희정의 도움으로 차츰차츰 오름의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오름이 어떤 존재들인지, 어디서 왔는지, 시간이 갈수록 연구 결과는 미미했고 정부는 지원금을 줄입니다.

그럴 때마다 연구소 인원들도 사퇴를 하기에 이르렀고, 오름들을 실험체로 쓰거나 테마파크로 운영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합니다.

처음에는 이 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연구소 직원들은 반대를 했지만, 끊기는 지원금과 유지 비용으로 인해

몇몇 직원들은 정부와 합의하기를 바랍니다.

희정은 그들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머리와 가슴은 서로 다른 목적지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희정은 정부 계획에 반대하기 위해 오름의 꼭대기에 올라갑니다.

청예의 네 번째 이야기,아모 에르고 숨💑

오필리아, 그거 알아?

의심할 수 없는 절대 진리를 찾으려면 여섯 단계의 성찰을 거쳐야 한대.

달리 말하면, 여섯 번의 성찰만 거치면 깨닫지 못하는 건 없어.

훗날 네가 혼자가 되더라도

나와의 사랑이 여섯 개의 문이 되어 네게 기쁨을 주길 바라.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_234p

나는 나의 복제체 실비아를 만들어서 잠자리를 가졌다. 그 사실을 연인 후디니에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주인의 말에 복종하는 복제체가 아닌 자유의사를 가진 개인 간 복제체를 연구하는 후디니의 기술로 만든 실비아였다.

이 복제체로 나는 진실로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전 여인 와이즈와 헤어진 후 오랫동안 궁극적 사랑을 갈구해 왔다.

그것은 마치 태초부터 주어진 숙명 혹은 절대 채울 수 없는 결핍처럼 내 삶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진리를 탐색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의심을 선택했을 뿐이다.

불법 복제체인 실비아는 정부에 신고를 하고 한 달 내에 소각을 진행해야 한다.

그전까지 나는 실비아를 통해 후디니와의 관계를 통해, 와이즈와의 기억과 추억을 통해 성찰해 보고자 한다.

내가 성찰할 사랑은 무엇일까.

조서월의 다섯 번째 이야기,I'm not a Robot🤖

저와 함께 가요, 프랭크..

어디를?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그 얘기는 끝났잖아. 랜슬롯. 우리는 사막을 건너지 못해.

네가 고장 나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이대로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뭔가가 달라져야 해?

달라져야죠.

어째서.

당신의 소설이 독자를 만나야 하니까.

그 문제라면 이미 노력하고 있어.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_294-295p

만들어지면서 완수해야 할 목표가 입력된 채 랜슬롯은 일을 하다 망가진 몸을 이끌고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허허벌판의 사막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랜슬롯은 오두막 아래로 향하며 망가진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받기 위해 프랭크에게 몸을 맡깁니다.

프랭크는 과거 이곳에 살던 부부와 함께 살았지만, 그들이 죽고 나서 홀로 이곳을 찾아오는 로봇을 수리해 줍니다.

오두막 뒤에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 로봇들이 산을 이뤘고 이곳을 찾아오는 로봇 또한 랜슬롯이 유일했습니다.

프랭크는 랜슬롯이 무엇을 목표로 어디서 일하는지 몰랐고, 자세히 알려 하지 않았습니다.

랜슬롯의 권유로 프랭크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랜슬롯이 일을 하고 돌아오면 그에게 그동안 쓴 소설을 낭독합니다.

랜슬롯의 반응을 보고 더 이어 쓰던가, 새로 쓰던가 했습니다. 이번에 랜슬롯에게 들려준 소설도 특이한 반응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프랭크의 몸은 점점 망가지고 있었고, 랜슬롯은 그에게 병원을 가자고 설득합니다.

그렇지만, 마을로 향하는 도로는 끊겼고 너무 멀어 프랭크는 한사코 거절합니다.

죽음의 위기는 다가오고, 그의 소설이 독자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프랭크는 그동안 쓴 원고를 몰아 불을 붙입니다.

삶의 회의 일지, 마지막 열정일지, 머릿속 들리는 다음 소설의 구절일지.

죽음 너머, 그리고 사랑

경계를 흔드는 상상력과 감각

 

다섯 작가는 죽음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는,

그리고 그런 세계에 속한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어떻게 남을까?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_출판사 책 소개

이 질문에 대해 다섯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라진 존재와 남겨진 존재 사이의 관계를 그려냅니다.

반투막을 통과하는 다른 세계의 물체, 불가사의한 의사소통, 사랑의 존재와 의의, 인간적인 것.

다섯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강렬한 감정,

사랑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마주했거나 통과한 존재들은 그 감정을 통해 여전히 다른 존재와 연결되며,

무너진 세계의 잔해 위에 자신의 마음을 다시 세우고, 그 위태로운 감정에 끝까지 머무는 방식을 택합니다.

끝나지 않을 우리의 아름다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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